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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부위에 침을 놓는 것에 대하여

왼쪽 무릎이 아프신 아주머니 한분이 래원을 하였다.

주된 호소증상은 서서 걸어다니면 왼쪽 무릎 뒤편이 아프시다는 것이다.

검사를 해보니 무릎 쪽에서는 별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엉덩이쪽이나 허리쪽에서 방산통(원인부위에서 파급되어 아래로 나타나는 통증)으로 내려오는 통증이 아닐까하여 두 부위를 조사하기 위해 엎드려 보라고 부탁하였다.

예상대로 엉덩이부위에서는 눌러서 아픈 통증이 매우 심했고, 허리부위도 역시 압통이 매우 심하였다. 그리고 허리는 요추 디스크 수술을 하여 세로로 상처가 크게 나 있었다. 하여튼 그 주변으로는 누르는 곳마다 다 아프다고 하신다.

그래서 허리 엉덩이 쪽에서 부터 침치료를 하면서 내려올 요량으로 허리부위에 침을 놓아도 되는지 여쭈어 보았다.

아니, 그냥 침 놓으면 되지 왜 내가 물어보면서 침을 놓느냐고?

그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하고 난 후 외과의사들에게 그 부위는 침을 절대 맞지 말라는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고 퇴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분들은 이 말씀을 금과옥조로 받들고 절대 한의사에게 침을 놓지 못하게 한다.

역시 그 분도 아프면 아팠지 그 부위에는 절대 침을 맞지 않겠다고 하셨다.

외과의들이 침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과연 그 염증이 침을 놓으면 쉽게 툭하니 생길까?

오히려 침이 염증을 더 빨리 없애줄 수도 있지 않을까?

수술 후 상처가 아물 시기에는 가급적 어떤 자극도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으나

임상에서는 오히려 상처부위에 얕게 침을 놓음으로써 상처재생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기도 하고 켈로이드화되는 조직을 완화시켜 주기도 하니 역시 침을 놓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때는 너무 깊게 침을 찌르는 것은 조심해야 될 것이다. 

또한 만성으로 가면 수술자국 때문에 생겨나는 통증이 있는데 침이 이 통증을 매우 잘 없애 줄 수 있다.

한의학에서 통증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 不通則痛(불통즉통: 기와 혈이 유통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이라는 것이 있다. 욕창 두통 생리통 엘보 디스크 등등 이런 류에 속하는 통증이 매우 많다.

수술 후에 수술부위는 잘 아물어 수술이 잘되었다고 의사들이 얘기하는데 막상 환자들은 여전히 아프거나 더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역시 불통즉통으로 수술목적부위는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술자국이나 그 주위 조직의 굳음으로 인하여 피부 신경 근육 인대 등에서 유착(엉겨붙음: 癒着) 반흔(상처: 瘢痕) 연축(짧아짐: 攣縮) 도색(막힘: 堵塞)이 생겨나 매우 심한 통증이 초래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 굳은 주변 조직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진통을 시킬 방법이 요원해지게 된다. 

굳은 조직들을 풀어주는 방법은 역시 침이나 침도(針刀) 부항 등이 매우 큰 효력을 발휘한다.

결국 이분을 설득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쉽게 물러서랴!

허리 디스크 수술하신 분과 발목인대 접합술을 하신 분의 동의를 얻어 수술부위에 침을 놓은 사진을 찍어 두었다.

다음에 오면 이 분들의 침놓은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다시 한번 설득을 해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분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