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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episode

제가 옛날에 멋모르고 한약을 막 집어먹고 하면서 내 몸에 실험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약은 대부분 음식류에 가깝고 또 대부분 독이 없기 때문에 맛에 둔감했던 나로서는 아무렇게나 막 집어 먹어도 약효를 알기 힘들었습니다.

사실 한약재라는 것이 도라지 더덕 콩나물 생강 깻잎 무 사과 배 이런 류의 채소잎 열매 뿌리 등이 대부분입니다.

한약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었던 그날도 약장에 있는 약을 한알 집어 우거적우거적 먹었는데 한 30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목이 막혀오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고 눈에 눈물이 쏙하고 흐를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오죽하면 말을 한마디도 못했을까봐요.

물과 감초를 번갈아 먹으면서 가라앉히기를 1시간여 드디어 말문이 조금 튀여 어~어~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 땅콩처럼 생긴 파두라는 약이 있었습니다.

이 약은 먹었을 때 진짜 땅콩처럼 구수합니다.

이 약도 그때 오도독 오도독 참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근데 그 날 밤부터 설사하느라고 밤새 한숨도 못잤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설사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좌변기에 앉아 항문근육 풀면 수도꼭지처럼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기는 했지만 설사 때문에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괴로웠던 것은 항문이 불이 날 정도로 따끔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거는 엉덩이 두짝이 살짝만 부딪혀도 거의 미칠지경이었습니다.

그때 전 깨달았습니다. 아~! 한약재 하나가 이렇게 강한 것도 있구나!

한약을 쓸 때 그 성질을 모르고 함부로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구나!

그 이후로 전 한약재 하나하나의 특징을 알기위해 정성을 쏟고 정확하게 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였습니다.

차츰 한약에 대한 감수성이 생겨나니 도라지의 맛과 향이 보이기 시작했고 상추 배추를 음미하면서 약으로는 어떤 효능이 있을 지를 유추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한약! 어찌보면 아주 하찮은 것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온 우주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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